아무런 증상이나 색깔의 변화도 없이 피부에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가 있다. 초기에는 불편이 없어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누구나 알아볼 만큼 뚜렷이 구별되는 모양새다. 이런 피부의 종괴는 흔하게 '표피 낭종'이라는 피부 양성 종양이다. 표피 낭종은 진피 이하 조직에 표피로 둘러싸인 주머니 구조물이 생긴 것을 말한다.

모공이나 땀구멍에서는 피부 표피층이 피부 조직 하부까지 안으로 위치하므로 더 쉽게 표피 낭종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얼굴뿐 아니라 귀, 가슴, 등, 옆구리, 사타구니 전신에 어디나 생성 가능하지만 모공이 없는 손 발바닥이나 점막 부위에는 드물게 발생한다.

다른 종양들처럼 생성 초기엔 증상이 없고 단지 말랑하게 만져지므로 피하에 지방 조직이 커지는 지방종과 구별해야 하는데, 표피 낭종이 좀 더 단단하고 피부 표면에 연결되어 비교적 쉽게 구별된다.

표피 낭종 내부에는 주머니를 이룬 표피에서 유래한 각질(때)이 점차 쌓이게 되어 점차 크기가 커진다. 쌓인 각질은 세균에 의해 나쁜 냄새를 나는데 점차 커진 낭종 벽의 일부가 풍선 터지듯 터지면 내부의 각질이 주위 정상 피부 내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염증이 생기고 이때는 통증이 나타난다. 표피 낭종은 어디에 생겼느냐, 환자의 성향에 따라 보통 1~5cm 정도에서 진단되지만 심하면 10cm 이상 큰 경우도 많다.

치료는 표피 낭종을 포함하여 피부를 절제하고 하부의 낭종 구조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상처를 봉합하는 방식이 가장 확실하지만 낭종이 아주 작은 경우에는 병변 내 주사 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미 낭종 벽이 터져서 심한 염증과 부종 열감 및 통증이 있으면 절개 배농 및 항생제 투여로 증상을 완화시킨 후에 근치적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표피 낭종은 그냥 손으로 짜서는 안 된다. 애초에 작아 내용물이 잘 나오지도 않는 데다가 힘주어 짜다 보면 낭종이 터져서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보기 싫은 과증식성 흉터를 만들 우려가 있다. 잘 짜진다고 반복해서 짜내고 나면 병변이 커져서 동굴 입구처럼 어두워 보이거나 큰 블랙헤드가 자리 잡게 되어 미용상 문제가 된다. 얼굴에 점으로 알고 온 환자들의 일부는 이러한 병변이고 보이는 것보다 아래가 더 넓고 깊으므로 때로 흉터 없이 제거가 용이하지 않다.

표피 낭종을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에 있어서 출혈을 줄이고 절개창의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표피 낭종은 피부과 전문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제거를 할 때는 수술 흉터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를 미루는 경우 낭종의 크기가 더 커질 수 있어 절개의 부위가 커지고 흉터 또한 크게 남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조건적인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멍울이 만져진다면 가급적 빨리 피부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은 이유이다.

표피 낭종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을 때 제거하는 것이다. 염증 없이 작은 경우에는 최소 절개를 통해 내부의 피지를 배출한 뒤 둘러싸고 있는 막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완전히 막을 제거하지 않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숙련된 의료진의 주의 깊은 제거가 중요하다.

수술 다음날에는 소독 치료가 진행되고 보통 수술 후 7일 이내에 봉합실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약 7일 정도가 소요된다. 실 제거 후에도 일주일 정도는 수술 부위를 잘 관리하고, 음주, 사우나, 심한 운동 등은 피하도록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