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며칠 전부터는 벌써 눈이 내리고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겨울철만 되면 몸이 가려운 괴로움에 못 이겨 “예전에는피부가 좋았는데 몇 년 전부터 겨울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하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진다. 이렇게 가려워지는 원인은 다른 특별한 원인이 아닌 피부의 건조증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습도가 떨어져 건조한 공기 속에서 생활하게 되는 겨울에는 피부도 건조해진다. 또한 겨울철에 신진대사가 떨어져 말초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피지 분비도 적어져 피부가 거칠어지고 메마른 상태가 되며 각질도 일어난다. 이렇게 피부가 건조해지면 처음에는 각질이 많이 생기는 정도로 몸에 하얀 각질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심해지면 마치 가뭄에 논이 갈라지듯 피부도 갈라지는 현상이 생겨 물만 닿아도 따가우면서 가려움증이 생긴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듬에 따라 심해지는데 나이가 들수록 피지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렇다. 특히 다리부분이 피지 분비가 제일 적은 부위이기 때문에 무릎아래부위의 소양증을 시작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하는 뜨거운 목욕과 때를 미는 것, 주택구조가 서구화가 되면서 샤워를 자주 하는 것, 실내온도가 높은 것도 피부건조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건조해서 하얗게 일어나는 각질을 때라고 생각하며, 더 시원하게 빡빡 밀고나면 며칠 내로 온몸이 못견디게 가려워지고 심한 경우 건성 습진까지 만들어 오시는 경우가 많다. 뜨거운 물은 피부에 있는 기름기를 쫙 빼주고 때를 밀면 그나마 보호하고 있던 각질층이 벗겨져 습진을 가속화시킨다.

이러한 피부건조증으로 인한 가려움증을 흔히 동계소양증 또는 건성습진이라고 하는데 중장년층 이상에서 흔하지만, 난방이 잘 되는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이 늘면서 요즘에는 20,30대 환자도 늘고 있다. 피부가 평상시에 건조하다고 느끼는 사람, 어릴 때 태열기 즉 아토피 피부염이 있었던 사람의 경우는 겨울에 동계소양증이 잘 생기기 때문에 미리 예방을 해야 한다.

생활상의 중요한 예방법으로는 가급적 샤워는 2,3일에 한번만 간단하고 짧게 물은 너무 뜨겁지 않게 하며, 비누칠은 중산성비누로 꼭 필요한 부위만 사용하며, 물기를 닦을 때는 수건으로 벅벅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톡톡 두드린 다음 반드시 3분이내에 보습력이 좋은 바디크림이나 로션, 오일을 발라 준다. 나이론 스타킹이나 스판바지처럼 다리에 달라붙는 합성섬유나 까칠한 털옷을 직접 피부에 닿는 것은 좋지 않다. 실내온도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방 온도는 보통 22℃정도로 유지해주며 약간 춥다고 느끼면 오히려 옷을 한가지 정도 더 입는 것이 좋다. 습도조절은 가습기를 틀거나 빨래를 방에 널어서 집 안의 습도를 최소한 40%이상으로 높여주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자외선이 별로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것은 낮의 길이가 짧기 때문이지, 눈이 내렸을 때나 스키장 같은 곳은 흰눈이 여름철의 바닷가보다도 많은 자외선을 반사시킴으로 자외선에 의한 피부질환을 악화시키므로 외출시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리고 겨울철에 차가운 공기에 직접 피부가 노출되면서 보통 사람들이 얼굴이 당긴다고 하여 로션이나 기름기가 많은 화장품을 사용하기 쉬운데, 여드름성 피부인 사람들은 이 경우 여드름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유분보다는 수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겨울철은 건조한 계절이니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하는 위와 같은 생활 지혜를 잊지 않고 지킨다면 늘 건강한 피부로 포근한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다.

압구정CNP차앤박피부과 박진성 원장